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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성혜영 | 2016.08.10 05:59 | 조회 680

-스벨틀라나 알렉시에비치 지음, 박은상 옮김

-2016년 2월 3일

-문학동네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다.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아낸 기념비적 문학 노벨 문학상 선정이유를 밝히고 있다.

   꽤 볼륨 있는 책이었다. 읽는 동안 계속 너무 힘들었다.

마치 내가 전쟁터에 있는 힘없는 어린 여군 같아서…

전쟁은 승자에 의해서 쓰여지고 힘 있는 남자에 의해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전쟁 속에서 여자들이 주인공 이었다. 전쟁의 실상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었고, 역사 속의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등장할 만한 인물들이 그들의 삶속에 전쟁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이면서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벨루루스의 저널리스트,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다. 그러나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창시했다. 일명 ‘목소리 소설’, 작가 자신은 ‘소설-코러스-라고 부르는 장르이다. 다년간 수백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Q&A가 아니라 일반 논픽션 형식으로 쓰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강력한 매력이 있는 다큐멘타리 산문, 영혼이 느껴지는 산문으로 평가된다.

1983년, 그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집필을 끝냈다. 이 책의 원고는 2년 동안 출판사에 있었으나 출간될 수 없었다. 그는 영웅적인 소비에트 여성들에게 찬사를 돌리지 않고 그들의 아픔과 고뇌에 주목한다는 사실 때문에 비난 받았다. <작가소개>

“나는 이 책을 읽을 사람도 불쌍하고 읽지 않을 사람도 불쌍하고 그냥 모두 다 불쌍해…”

그네들은 많이 울었다. 소리도 질렀다. 내가 떠나고 나면 그네들은 심장약을 먹었다. ‘구급차가 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에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와요. 꼭 다시 와야 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살았어. 40년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어…”

여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는 죽임이 맴도는 전쟁터 한 가운데서 따뜻한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뛰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들을 만난다. 평범하고 순박한 우리의 여동생과 언니 또는 누나와 엄마를. 전쟁 앞에 산산 조각 나버린 그네들의 일상과 꿈과 사람을. 그래서 더욱 전쟁이 잔혹하고 무섭다. 여인들은 요란한 구호나 거창한 웅변하나 없이 조용히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돌아보게 한다. <옮김이의 말에서>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일기장에서)

   나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터의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전쟁의 역사가 아니라 감정의 역사를 쓴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역사가다.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시간 속에 사건을 겪는 구체적인 사림을 연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영원한 인간을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영원의 떨림을. 사람의 내면에 항상 존재하는 그것을.

사람들은 나에게 회상은 역사도 문학도 아니라고 말한다. 회상은 예술로 승화되지 못한 추레한 인생의 한 모습일 뿐이라고. 이야기의 사원을 쌓아갈 원료들, 그건 언제나 넘쳐난다. 도처에 이 벽돌들이 굴러다닌다. 벽돌이 사원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바로 그곳, 따스한 사람의 목소리, 과거가 생생히 반추되는 그 목소리 속에 원초적인 삶의 기쁨이 감춰져 있고, 삶의 유일함과 불가해함이. 이 목소리 속에 이 모든 것들이 다듬어 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진짜 원본들이.

나는 우리의 감정들로 사원을 채운다…우리의 염원과 환멸로, 동경들로. 존재했지만 언제 슬그머니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것들로.(P. 26~27)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이제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랑은 전쟁터에서 사람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개인적인 사건이다. 사랑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동의 사건들일 뿐. 죽음까지도.

그네들을 만나면서 의외라고 느낀 점이 있었다면? 그건 그들이 죽음을 말할 때보다 사랑을 이야기 할 때 덜 솔직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마치 자기 방어라도 하듯 줄곧 뭔가를 감추고 털어놓지 않았다. 언제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아주 철저하게 선을 지켰다. 그네들 사이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했다. 장막이 쳐졌다.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건지 이해가 된다. 전쟁 후에 자신들을 향해 쏟아진 곱지 않은 시선과 악의에 찬 오해이리라. 그네들은 이미 고통을 당할 만큼 당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그들은 또 하나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미 치르고 돌아온 전쟁에 견줘 결코 가볍지도 쉽지도 않은 또 다른 전쟁. 만약 누군가 밑바닥까지 솔직하기로 작정하고 무모하리만큼 대담한 고백을 하고 나면 대화를 마무리할 즈음 반드시 이렇게 부탁해 왔다. “내 성을 다른 성으로 바꿔서 내줘.” “우리 때는 그런 이야기는 입 밖에 내는 게 아니었어…상스러운 행동이었지…” 하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들 중엔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사연들이 더 많았다.

당연히 이 이야기들이 그네들 삶의 전부도 아니고 모든 진실도 아니다. 하지만 그네들의 진실읻. “전쟁이여 저주 받을지어다.우리의 가장 아픈 시간이여!”라고 통탄한 전쟁 세대 어느 작가의 솔직한 고백처럼. 이 이야기들은 그네들의 삶에 대한 암호이자 에피그라프다.

아무튼 그곳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죽음이 맴도는 그곳에서의 사랑은…(P. 39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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