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나뭇잎 편지
-삼인
-2016년 2월 24일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을 노래하는 판화작가이다. 그의 글들은 따뜻하고, 정직하며 위안을 주는 힘이 있다. 또한 세상속의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고, 함부로 살지 않게도 해줍니다. 엽서쓰기나 일기 쓰기처럼 낡은 방식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꾸준히 돌아보면서 공개적으로 <나뭇잎 편지>를 쓰고 독자들에게 발표하고 있습니다.
-밟고 다닌 길
대문에서 집까지, 집에서 작업실 까지, 집에서 개집까지.
제 영역에서 살아가는 짐승들처럼
저는 고작 그렇게만 움직이면서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밥 먹고 일하고 개밥주고, 밥 먹고 일하고 개밥주고
그게 하루일과지요. 밥상에서 반찬이 바뀌고, 앉아서 하는
일도 조금씩 달라지고, 읽는 책의 제목도 달라지긴 하지만
크게 보면 쳇바퀴 굴리는 일입니다. 대개들 그렇게 사는 거지요?(P. 18)
-미물의 운명
새벽에는 여름 배추에 암약중인 달팽이를 잡아내고
저녁에는 우렁이를 사다 논에 넣어주었습니다.
둘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달팽이나 우렁이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살지요.
사람의 필요에 따라 죽이고 살리기를 제 마음대로 정합니다. 미물의 운명이 이렇습니다.
‘조물주는 사람은 꼭두각시 놀리듯 한다’는 선시 대목이 장일순 선생님 글씨로, 제 앞에 있습니다. ‘달관한 사람은 그걸 제 자신처럼 본다는 대목이 이러지지요. 허망한 존재지만, 사는 건 이렇게 절박하고 생생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