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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성혜영 | 2016.08.10 06:03 | 조회 64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 트랜스 옮김

-더 클래식

-2016년 3월 3일

   솔직하면서도 표리부동하지 않는 실천하는 지성인,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자유인으로서 조르바를 매력적인 인물로 여타의 도서에서 묘사하고 있다.

1943년에 출간된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러한 그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책으로 행동과 명상, 정신과 물질의 대립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카잔차키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힌두교들은 ‘구루(사부)’라 부르고 수도승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명 선택해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라고 밝힐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일견 방탕해 보이면서 또 한편으로 순수함이 남아 있는 조르바는 니체가 말했던 ‘초인’의 이미지와 카잔차키스가 평생을 찾아 헤맸던 ‘인간을 속박하지 않는 지상의 신’에 가깝다. ‘오늘을 즐겨라(카르페 디엠)’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인물인 조르바는 삶에서 얻은 철학으로 책상물림인 주인공을 깨우치는 스승이자 벗이자 아버지이다.

 

 

-이제 당신은 내가 칸디아에서 얼마나 바보짓을 하고 있는지 아셨을 겁니다. 보스, 그 얘기를 차근차근해 드릴게요. 조언이 필요하거든요. 당신은 아지 젊지만 책을 많이 읽어서, 이렇게 얘길하면 실례겠지만, 약간 구식이에요. 그런 당신의 조언이 필요한 겁니다.

흠, 나는 사람에게는 다들 냄새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냄새란 게 아주 복잡하게 섞여서 의식도 안하고 살고 있어요. 이게 누구 냄새인지, 저게 누구 냄새인지 구별하기도 어렵지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이른 바 ‘인간성’이라는 고약한 냄새가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이걸 라벤더 향이라도 맡듯 킁킁대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만 해도 먹은 게 올라옵니다. 이야기가 또 샜군요. 다시 갑시다.(P. 193)

 

 

- 소나무 사이로 수도원 마당으로 열을 지어 나오는 수도성들이 보였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어 늘어진 검은 승모가 어깨에 닿았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저 엄숙하고 고상한 육체 안에 영혼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한 김에 풀밭 위에 누웠다. 야생 바이올렛, 금작화, 로즈마리, 샐비어 향기가 진동했다. 굶주린 벌들이 끊임없이 붕붕대며 해적처럼 꽃 속을 들락거려 꿀을 찾아냈다. 강렬한 햇빛 속에 살랑대는 아지랑이처럼 먼 산이 투명하고 조용하게 빛났다.(P. 270)

 

 

-조르바가 호탕하게 웃었다.

“ 만사가 다 그런 겁니다…. 믿음이 있나요? 그렇다면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거룩한 물건이 되는 겁니다. 믿음이 없다면? 그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나뭇조각이 되고 마는 거죠.”(P. 288)

 

 

-" 내 조국이라고 했습니까? 보스는 책에 쓰여 있는 그 엉터리 같은 것들을 믿습니까? 당신이 믿어야 할 게 있다면 나 같은 놈이에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입니다. 그것도 앞뒤 분간도 못하는 짐승 신세를 못 벗어나는 거예요. 하느님이 보우하사, 나는 그걸 끝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르바가 너무 부러웠다.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을 그는 싸우고 죽이고 입 맞추면서 살과 피로 고스란히 살아 낸 것이었다. 내가 의자에 앉아 고독하게 풀어 보려던 문제를 이 사내는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산속 맑은 공기를 마시며 풀어 낸 것이다. 나는 비참해져서 눈을 감았다. (P. 294)

-나는 방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따금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게 인생이구나. 변화무쌍하고 마음대로 안 되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 무자비한 게 인생이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이 무식한 크레타 농사꾼들은 지구 저 쪽에서 온 늙은 카바레 가수를 둘러싸고 자기네들은 죽지 않을 것처럼 낄낄대며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해변으로 몰려와 하늘에서 떨어진 낯선 새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부인이 늙은 공작새나 늙은 고양이 혹은 병든 물개라도 되는 양.(P. 335~336)

 

 

-조르바의 목소리가 분노와 공포로 떨렸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왜 죽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나는 대답하면서 부끄러웠다.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받았는데 그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모은다고요?”

조르바의 둥근 눈이 놀라움으로 더 커졌다. 내가 춤을 출줄 모른다고 했을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보스, 당신은 그 많은 책을 읽었잖아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고 읽는 거요? 왜 읽습니까?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없는데 도대체 머가 있다는 겁니까?”

“책에는 인간의 혼란이 있어요. 조르바, 인간의 혼란으로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요.”(P.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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