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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쟁

성혜영 | 2016.08.10 06:14 | 조회 635

-맹찬형 지음

-서해문집

-2016년 3월 30일

   저자는 제네바 특파원으로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복지 국가의 속을 낱낱이 보고 경험하였다. 무한 출혈 경쟁과 약육강식이 삶의 원리가 된 한국 사회를 향하여, 다양한 경쟁과 따뜻한 경쟁이 행복과 효율을 모두를 증진한다고 역설한다.

밑줄 모음 회원들은 작년에 읽었던 ‘우리도 행복해 질수 있을까?’가 덴마크에 이어서 이번에 스위스라는 나라의 대해 간접 경험하면서 한국사회에 대해 더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패자부활이 만든 천재

   아인슈타인은 특허 심사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물리학 연구에 전념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그는 빛이 에너지 덩어리로 구성돼 있다는 광양자설, 물질이 원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브라운 운동이론, 물리적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논문 작성에 소요된 시간은 딱 두 달 이었다고 한다.

<중략>

   쉽게 말해 아인슈타인은 카이스트에서 서남표식 경쟁의 틀에 갇혀 있었다면 상대성 이론은 고사하고 평범한 물리학 이론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마도 학점과 장학금 지원을 연계한 시스템에 갇혀 학점 따기에 급급하다 제풀에 지쳐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거나, 어렵사리 졸업장을 땄더라도 취직 후 단기 성과주의를 추구하는 직장의 틀 속에서 일생을 허비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과학 영재를 길러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다 한들 한국의 대학과 직장 문화를 현재대로 유지한 상태에서라면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는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기 어렵다. 한 사회가 천재를 길러내려면 그의 재능이 만개할 때 까지 기다려주고 실패를 용인하며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밥벌이 고민을 해결할 일자리를 확보해 주고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아인슈타인 하우스에서 했다.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만이 천재를 가질 자격이 있다. (P. 27~29)

 

-다양한 경쟁이 다양한 행복을 낳는다

   ‘나가수’와 유럽의 프로축구를 들먹이는 것은 오로지 등수에만 집착하는 경쟁을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직접 경쟁을 하는 사람도 괴롭고, 바라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 승패를 목매는 경쟁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장점과 개성으로 즐기는 경쟁이 아름답다.

<중략>

설사 의사가 되는 경쟁에서 탈락했다 하더라도 다른 길에서 인생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ㅇ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다른 무대로 쉽사리 옮겨갈 수 있는 길이 널려 있기다 하다.

<중략>

쉽게 좌절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젊은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려면 한 부문의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의 패배자로 몰아붙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제도적으로 경쟁이라는 간선도로 사이사이에 쉽게 도로를 갈아탈 수 있는 샛길을 여기저기 만들어야 한다. 경쟁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사람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가 아니라, 예선으로 여기는 이다. 그러려면 다음 무대가 존재하고 쇼는 계속된다는 확신을 사회가 줄 수 있어야 한다. (P. 49~50)

 

-복지를 늘리면 생산성이 떨어질까

   세출 측면을 보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장 취약한 분야가 공공복지 예산이다. 공공복지 예산은 OECD평균이 20.6퍼센트인데 견줘 한국은 9퍼센트에 불과하다. 또 사회 임금은 OECD가 31.9퍼센트인 데 비해 한국은 7.9퍼센트 이다. 사회임금은 노동자가 일하는 대가로 받는 시장 임금 외에 실업급여, 국민연금, 기초 노령 연금, 건강보험 등 국민이 사회적으로 얻는 복지혜택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사회 안전망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다. 월급은 아니지만 사실상 소득을 보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월급이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스위스에서는 저소득층용 임대 아파트 입주 신청을 할 때 사회임금 수령액도 적어 넣게 돼 있다. (P. 101)

   다만 최근의 복지 논쟁의 초점이 재분배에만 맞춰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복지는 소비가 아니다. 복지는 생산이다. 진보 진영이 빠뜨리지 말아야 할 얘기는 복지가 곧 생산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복지를 늘리면 기업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들어 기업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유능한 인력을 적시에 확보하고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교육체계를 재편하고 공공 교육 지출을 늘리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력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 또 구매력이 안정돼 급격한 소비침체로 기업이 망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P. 102)

<중략>

   그 결과 스위스는 서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지가 재분배의 주요한 수단인 것을 맞지만, 복지의 재분배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면 진보와 보수 양쪽 다 망한다. 복지 지출은 곧 생산의 동력이고, 복지의 생산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요점이다. (P. 103)

<중략>

   이 얘기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력의 말과도 맥이 통한다. 룰라는 연설에서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사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재벌의 투자와 고용의 효과를 분석하고 확대 포장하는 데는 급진적 지혜가 샘솟는 듯하는 경제학자들은 보편적 복지의 효과를 계산하는 데는 입을 다문다.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복지국가의 모델로 여겨지는 스칸디나비아 국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금이 재분배의 주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산력을 증가시키고 성장을 촉진하는 강력한 엔진이며, 공존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조세제도와 재정의 집행이 이뤄지는 사회라면 증세에 대한 납세자 일반의 반감이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부자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일도 생긴다. (P. 106~107)

 

-파이 대신 피자를 만들자

   그래서 파이를 키울 게 아니라 피자를 만들어야 한다. 두께를 얇게 하되 공간을 넓혀 그 안에 더 많은 사람의 일자리와 소득을 담아내야 한다. 반죽의 면을 넓게 펴서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와 감자, 햄, 올리브, 피망 등을 입맛에 따라 얹은 뒤 오븐에 구워내 맛있는 피자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기업이 채용 규모를 확대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려야 할 것이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 인턴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고용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근로자가 안정적 소득에 기반을 둔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고, 이것이 다시 경기를 활성화하는 선순화 구조를 만든다.

피자의 면적을 넓히려면 정규직의 양보 역시 필요하다. 급여가 다소 줄더라도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더 많은 정규직 신규 채용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인 40~45퍼센트 차지하고 있던 인턴 채용이 버젓이 고용 통계에 잡히는 현실에는 담을 쌓은 채 정규직인 자신의 연봉을 올려봤자 그 돈은 백수인 자식의 끝없는 스펙 쌓기와 신형 스마트폰 구입비로 들어갈 뿐이다. 그러다가 은퇴할 나이가 됐는데도 자식이 여전히 아비의 지갑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땐 어떡할 텐가. 방향이 전환되면 청년들 뿐 만 아니라 노인도 더 활발하게 피자 만들기에 참여 할 수 있다.

<중략>

   말장난 같지만, 파이pie와 동음이어인 π는 불변이다. 원주의 길이와 직경이 비를 뜻하는 원주율은 지름이 아무리 커져도 항상 3.141592…다. 파이를 키워봐야 말짱 헛일이다. 피자처럼 면을 넓혀서 그 위에 갖은 재료를 풍요롭게 얹고 익혀낸 뒤 공정하게 나는 것이 해법이다. 하양 평준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성실하고 평범한 서민이 적정한 소비를 할 수 있어야 경제 성장이 가능하고, 그럴 때 부자 역시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가장 안전한 경비업체는 사회 안전망이다. (P. 12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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