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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지 않을 자유

성혜영 | 2016.08.10 06:42 | 조회 629

 

-임태훈 지음

-알마 출판사

-2016년 6월 1일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카드로 물건을 구매하고, 스마트 폰으로 사이트에 접속하고, 검색을 하는 동안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게 관찰 당하고 있다. 나의 행동들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늘 이루어지고 있으며, 빅데이터의 포획망 속에서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빅데이트에 포박된 인간과 사회를 넘어서 우리는 검색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빅데이트’라는 는 유령

   이 책은 ‘빅데이트’를 믿지 않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의 실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의심스러운 유령입니다. 이걸 어디까지 ICT(정보 통신 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의 약자) 용어로 판단해야 할지 따져봐야 합니다. 눈먼 돈을 탐하는 업자들과 정치인이 늘어놓는 허풍과 거짓물이 이 단어에 7할쯤 섞여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빅데이터는 차라리 문화비평이 필요한 픽션입니다. ICT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라 인문학이 개입해야 합니다. 속지 않기 위해 질문하는 일, 더 나은 생각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묻고 궁금해 하는 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고민할 수 있도록 유효한 질문 목록을 준비하는 일이 인문학의 역할일 것 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귀에서 선 IT신조어가 어느 틈엔가 시대의 대세로 주목받고, 이 변화를 진중히 이해해볼 겨를도 없이 또 다른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요즘 같은 격변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나와 너, 우리의 무지를 상대하는 최선의 윤리가 질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부디 여러분을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아직 제대로 된 질문을 마련하조도 못했는데 희망부터 찾는 인문학이 있다면 단언컨대 허풍이 아니면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절망의 반대에는 희망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정밀한 이해가 있을 뿐입니다. 이 책 역시 질문하는 책입니다. 한국의 정보자본주의, 디지털 신자유주의의 실체와 폐해, 허상을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P. 10)

 

-4장 대안시간 체제를 사는 건 가능한가

   1994년부터 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서구화되고 근대화된 멕시코 정부의 ‘시간’에 반기를 들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자본주의 일반에 적용되는 바로 그 시간에 반대한 것이다. 1995년 멕시코 정부와 사파티스타 간의 협상과정에서 양측은 시간의 개념을 두고 또다시 인식차를 확인하게 된다. 이 사건은 일면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희극적이지만, 민중의 시간에 대한 통제와 수탈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양상임을 상기하게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존중받으려는 사파티스타의 입장은 강고했다. 치아파스 농민들의 시간은 유구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생활 리듬과 박자를 반영한 것으로 모든 국민에 동시성의 원리를 강제하는 표준시간 체제를 역으로 문제 삼는다. 1994년 1월 1일 사파티스타가 “이제 그만” 이라는 구호를 선언했을 때, 신자유주의적 현대화 과정에서 부정되고 말살되어온 온갖 삶의 형태, 그 존엄성을 인정받고 지키기 위한 반란의 구호는 세계적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그만”을 외치는 투쟁의 자리마다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생생한 경험에 근거해 무수히 다르게 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의 세계화는 서로 다른 시간의 다양성과 풍성함을 고갈시키고 있다. (P. 149~150)

 

-6장 창조경제의 만화경 2

   가장 빨리, 가장 멀리 질주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도 비행기도 아닌 비트(bit)다. 휴대폰에서 자동차, 건물, 인공위성, 냉장고 등등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질주하는 아톰(atom) 비트의 입장에서 모든 장소는 단 하나의 지평으로 융합하고 있다. 가장 무서운 일은 그 모든 연결을 내려다보는 권력의 출현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국자보다 더 강력해지고 있는 기업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앞으로 이 기업들은 이전 시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윤리성을 시민 사회로부터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핍된 기업 윤리에 면죄부를 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윤추구를 부추기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현실이다. 그러니 사물 인터넷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말하는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화 될 수 없는 것들의 가치를 진중히 사유하고, 그것들을 우리 삶 안에서 소중히 지켜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DDP는 우리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거울처럼 비추는 건축물이다. 이곳을 둘러본 많은 사람이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부는 볼게 없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지루해질 때마다 늘 그래왔듯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이런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장소가 서울에 생기다니, 오세훈 전 시장의 ‘디자인’은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P. 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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