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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성혜영 | 2016.08.10 06:52 | 조회 679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부. 키 출판사

-2016년 6월 15일

   우리는 모두 태어난 순간부터 나이가 들다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삶의 비극을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죽음은 실패가 아니다. 죽음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죽음은 비록 우리의 적일는지 모르지만,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아 있는 문제는 하나, 바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는 이 절박한 문제를 의학과 기술의 손에 맡겨 버렸다. 죽음을 일종의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실험이 시작된 것은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역사가 짧은 셈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인다면 좀 더 ‘인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표지글 중>

 

 

-서문

   톨스토이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발 일리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기만과 거짓이었다. 무슨 이우에서인지 모두가 그는 죽어가는 게 아니라 그저 아플 뿐이며, 잠자코 치료를 받기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여기는 것 말이다.” 이반 일리치는 때로 어쩌면 상황이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몸이 허약해지고 수척해지면서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고, 극도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채 산다. 그러나 의사, 친구, 가족, 그 누구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용납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일리치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었다.

   “아무도 그를 그가 원하는 만큼 동정하지 않았다.” 톨스토이는 계속해서 말한다. “오랫동안 계속되는 통증을 겪고 난 후에 그가 가장 원했던 건(그 사실을 고백하기에는 너무 수치스러웠지만) 사람들이 아픈 아이에게 그러듯이 자기를 동정해 주는 것이었다. 누군가 다독거리면서 안심시켜 주기를 갈망했다. 그는 자신이 중요한 자리에 있는 공무원인 데다 턱수염이 하얗게 세기 시작하는 나이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위안을 얻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것을 열망하고 있었다.”(P. 9~10)

 

 

-2. 무너짐

   이런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미리 입력되어 있다는 개념에 반하는 증거가 훨씬 더 우세하다. 10만 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 중 최근 수백년을 제외하면 인간의 평균 수명이 항상 30세 이하였다는 것을 잊지 말자.(로마 제국 신민의 평균 수명은 28세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늙기 전에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 얘기다. 사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죽은 나이와 뚜렷한 연관성이 없이 날마다 남녀노소가 접하는 위험이었다. 몽테뉴는 16세기 말엽의 사회상을 관찰하고는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노령으로 죽는 것은 드물고, 특이하고, 놀라운 현상이며, 다른 형태의 죽음보다 훨씬 부자연스럽다. 그것은 그야말로 마지막 남은 극단적인 형태의 죽음이다.” 그러니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수명 80세가 넘는 지금, 우리는 정해진 시간을 훨씬 넘어 살고 있는 특이한 생명체인 셈이다. 우리가 연구하는 노화라는 현상은 결국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수 있다. (P. 59~60)

 

 

-3. 의존

   “집이 없어질 거라면 나도 운명을 같이하겠소.” 그가 말했다. “이 집을 잃으면 어차피일주일도 못가서 나도 즐을 테니.” 초록색 존디어 모자를 쓰고 버번코크 칵테일 잔을 한 손에 든 채 직설적이고 괴팍한 어투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트루먼 할아버지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역 경찰은 할아버지의 안전을 위해 체포도 고려했지만, 결국 그의 나이와 여론의 비난을 고려해 포기했다.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신을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트루먼 할아버지는 곳곳이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 죽는다 해도 참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할수 있는 건 다 해 봤고, 원하는 것도 다 누려 봤으니까.”

   화산은 1980년 5월 18일 오전 8시 40분에 터졌다. 원자폭탄과 맞먹는 위력이었다. 용암이 흘러내려 호수 전체를 뒤덮었고, 트루먼 할아버지와 고양이들과 집도 함께 묻혔다. 해리 투루먼은 자기 집에 끝까지 남아서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 채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다간 사람으로 기억됐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사라져 버린 시대에 큰 의미를 남긴 것이다. 인근 캐슬록 주민들이 해리 트루먼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는 지금도 마을 입구에 서 있고, 아트 카니가 주연한 TV영화도 나왔다. (P. 110~111)

 

 

-4. 도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어시스트 리빙’이라는 개념, 즉 일상적인 삶을 돕는 일의 성공 여부를 잴 수 있는 척도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위생과 안전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밀한 평가 기준이 있다. 이쯤되면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지 짐작할 수 있다. 시설에 들어가 있는 우리 아버지가 외롭지는 않은지 하는 것보다 체중이 감소했는지, 약을 빼먹지 않았는지, 넘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윌슨은 가장 실망스럽고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어시스트 리빙 시설이 노일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어디에서 살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대개 자녀들이다. 시설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쉽게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P.. 167)

 

 

-6. 내려놓기

   거기 누워 있는 환자들 대부분인 자신에게 가망이 없다는 걸 상당 기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그들의 가족과 의사들도-마지막 단계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환자들이 생을 어떻게 마감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내 친구 의사가 말했다. “문제는 그게 너무 늦었다는 거예요.”

   2008년, ‘암에 대처하기’라는 전국 규모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기 암환자가 기계적인 인공호흡, 전기적 심페소생술, 심장압박 치료 등을 받았거나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환자실에 들어가 집중 치료를 받았을 경우 그런 인위적 개입을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마지막 일주일에 경험한 삶의 질이 훨씬 나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환자가 사망한 지 6개월 후 그를 돌봤던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을 확률도 세배나 높았다. (P. 239)

   이것이 바로 수백만 번 반복되는 현대의 비극이다. 우리가 풀 수 있는 생명의 실타래가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실제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상상한다면 우리는 싸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혈관과 화학약품을 투여하고, 목구멍에 관을 삽입하고, 살에 수술로 꿰멘 자국을 가진 채 죽어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더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의사들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독성 약품을 줄 수 있고, 종양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언제나 무언가 할 일은 있다. 우리는 선택 가능성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대부분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다. 자동 모드를 켜고 그 뒤에 숨어 버리는 것이다. 자동 모드는 이렇게 설정되어 있다. ‘뭔가를 하라.’ ‘뭔가를 고쳐라’.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라.’(P. 266)

 

 

-7. 어려운 대화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오늘을 최선의 상태로 살기로 한 결정의 열매를 눈으로 확인했다. 아버지는 거의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지만 완전히 사지마비로 치닫는 증세는 어느 정도 멈췄다. 그리고 보행 보조기를 이용해 짧은 거리 정도는 더 잘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손놀림과 팔의 힘도 좋아져서, 전화를 하거나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덜 느꼈다. 이 모든 것들 덕분에 하루 일상을 예측하기가 훨씬 수원해지면서 더 많은 손님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집에서 다시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끔찍한 종양이 아버지에게 허락한 그 좁은 틈에서나마 살아낼 여지를 다시 찾은 것이다. (P.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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