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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성혜영 | 2016.08.10 06:54 | 조회 830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도서출판 청미래

-2016년 6월 30일

   2여년 전 영혼의 미술관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알랭 드 보통

그는 1969년생의 젊은 작가가 미술과 철학이 녹아 있는 책을 썼다는 것에 놀랐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자전적 경험과 풍부한 지적 위트가 녹아 있는 사랑과 인간관계에 관해서 탐구한 독특한 연애소설이다. 첫키스에서부터 말다툼과 화해에 이르기 까지, 친밀함과 부드러움으로부터 불안과 상심에 이르기 까지 연애의 진전을 그려내고 있다.

 

 

-낭만적 운명론

   그 다음에는 컴퓨터가 요술을 부려서 클로이를 비행기의 날개 위인 15A에 앉혔고, 나는 그녀 옆인 15B에 앉게 되었다. 안전 지침이 적힌 카드를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우리 사이에 대화가 일어날 확률이 극히 미미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우리 둘 다 클럽 클래스(비지니스 클래스에 해당/역주)로 여행 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191개의 좌석이 있었다. 클로이는 15A 좌석을 배정 받았고, 나는 순전히 우연으로 15B 좌석을 배정받았다. 클로이와 내가 옆자리에 않을 이론적 확률은[우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확률은 계산 할 수 없다고 해도] 36, 290분의 220, 다시 계산을 해보면 164.955분의 1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래도 우리는 만났다. 이 계산은 우리에게 이성적 주장을 납득시키기는 커녕,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된 것에 대한 신비적 해석을 뒷받침해주었을 뿐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엄청나게 작은데도 결국 일어났다면, 운명론적 설명에 호소를 한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동전을 던졌을 때 왜 앞 또는 뒤가 나왔는지 설명해 달라고 신에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 확률이 2분의 1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클로이와 내가 옆자리에 않은 확률처럼 작은 경우일 때, 989.727분의 1의 확률일 때, 적어도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을 운명이외의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 할것 같았다. 우리의 살을 바꾸어 버린 만남의 확률이 글허게 작았던 것을 아무런 미신 없이 받아들이려면 대단히 냉철한 지성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하늘에서[3만 피트 상공에서] 운명의 줄들을 잘아 당기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P. 15~17)

 

 

-“나”의 확인

   7월 중순의 어느 일요일 저녁, 우리는 포토벨로 로드의 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아름다운 날이어서 종일 하이드 파크에서 일광욕을 하며 책을 읽었다. 그러나 5시 무력부터 나는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집으로 가서 이불 밑에 숨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일요일 저녁이면 우울했다. 죽음, 끝내지 못한 일, 죄, 상실이 떠올랐다.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클로이는 신문을 읽었고, 나는 창밖의 차량과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클로이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입을 맞추며 속사였다. “너 또 길 잃은 고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 전에는 아무도 내 표정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지만, 클로이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그 말이 그때까지 내가 느끼던 혼란스러운 슬픔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되면서, 내 우울도 조금 덜어지는 듯했다. 나는 그 말 때문에, 내가 스스로 정리 할 수 없었던 느낌을 그녀가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그녀가 기꺼이 내 세계로 들어와 나 대신 그것을 객관화해 주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강렬한[그리고 어쩌면 균형이 잡히지 않은]사랑을 느꼈다. 고아에게 고아라고 일깨워줌으로써 집으로 돌려보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P. 142~143)

사람들을 만날 대마다 우리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는 조금씩 남들이 우리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자아는 아메바에 비유할 수 있다. 아메바의 외벽은 탄력이 있어서 환경에 적응한다. 그렇다고 아메바에게 크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자기 규정적인 형태가 없을 뿐이다. 부조리한 사람은 나에게서 나의 부조리한 측면을 끌어낼 것이다. 그러나 진지한 사람은 나의 진지한 측면을 끌어낼 것이다. 누가 나를 수줍어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아마 결국 수줍어하게 될 것이다. 누가 나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계속 농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 (P. 149~150)

 

 

-마음의 동요

   나는 상상 속에서만 클로이를 배반했던 것이 아니다. 종종 따분하기도 했다. 호화로운 호텔이나 궁전에 사는 사람들이 증언하듯이, 사람은 어떤 것에든 익숙해 질수 있다. 한동안 나는 클로이가 나를 사랑한다는 기적을 심드렁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녀는 내 삶의 일상적인,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이 되어버렸다. (P. 164)

 

 

-행복에 대한 두려움

   우리가 서로에게 지독한 비난을 퍼부었다는 점, 그럼에도 사실 그 비난이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는 점은 우리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싸웠음을 보여준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지만, 우리는 그 정도로 서로 사랑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싸운 것이다. 우리의 비난에는 복잡한 이면의 의미가 깔려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이것은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는 근본적인 주장과 통한다. 어떤 사람에게 의존하는 기쁨은 그런 의존에 수반되는 몸이 마비될듯한 두려움에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우리가 발렌시아를 돌면서 이따금씩 격렬하게, 또 약간은 까닭 없이 말다툼했던 것은 우리 둘 다 서로의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집어 넣었다는 것-좀 더 건전한 가계 관리를 목표 삼기에는 무력한 처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생긴 긴장을 방출하는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P.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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