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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성혜영 | 2015.08.20 00:06 | 조회 898

-2015년 6월 17일

-허은실 글. 사진

-예담

 

<이동진의 빨강 책방>오프닝 에세이

 

-당신을 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본다'고 할 때는 어떤가요.

사실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나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의 시력은 얼마나 될까요.(P. 40)

 

-사랑, 당신을 번역하려는 노력

"통과하라, 나를

그러나 그 전에 번역해다오. 나를."

 

시인 최승자에게 사랑은 상대를 번역하는 일입니다.

[번역해다로]란 시에서 시인은 말하지요.

그리하여 마침내 공기처럼 서로를 통과하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요.

 

번역하다 포기한 책, 있었겠지요.

해독 못할 문장 앞에서 보냈던 불면의 밤들

침묵하는 행간에 주저않아

그 심연에 절망한 기억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린,

우리가 사랑한 회수만큼의 번역본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건 끝내 불완전한 누락이거나 오역이기 십상이지요.

그래서 공기처럼 바람처럼 당신을 통과하는 일은

어쩌면 이번 생에선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닏.

 

하지만 당신이라는 책을 해독하려는

그 헛된 일에 사로잡혀서

우리는 또, 가능한 모든 사전을 펼칩니다.

인연이 아름다움은

그 무망한 노력에서 태어나는 것이겠지요. (P. 58)

 

-필사 몸으로 읽는 일

시인 안도현에겐

"손가락 끝으로 고추장을 찍어 먹어보는 맛"이라고 합니다.

 

필사

베껴 쓰는 걸 말하죠.

작가 지망생들에게 필사는 문학 수업 방법 중 하나입니다.

 

종교인들에게 사경

그러니까 경전을 베껴 적는 일은 간절한 기도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필사는 무엇일 수 있을까요.

 

손으로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베껴 적으면

눈으로 읽을 땐 스쳐 지나갔던 것들,

쉼표 하나, 조사 하나까지 새롭게 보입니다.

그 글을 쓸떄의 작가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게 되죠.

 

그러니 작가의 몸이 되어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필사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독서라고도 할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몸으로 익힌 건 쉽게 지워지지가 않죠.

필사는 손으로 글자를 만져보는 일입니다.

몸으로 책을 읽는 일입니다.

내손을 거쳐 내 속으로 들어와서

글자들은 내 피 속을 떠다니다

나를 이루는 성분이 됩니다.

 

고요한 한밤중에 꺠끗한 노트를 펴고

좋아하는 문자을 베껴 써보고 싶은, 그런 계절입니다.(P. 208)  

 

-공감의 지대

식구라는 말은 먹을 '식(食)'자에 입'구(口)'자를 씁니다.

같이 밥을 먹는게 식구이고 가족이라는 거죠.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같은 책을 읽는 것으로도

느슨한 의미의 가족이 될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각자 다른 시간을 삽니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는 순간,

같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각자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긴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걸 '마음의 등고선'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요.

 

물리적인 장소를 초월한 공감의 지대.

 

혹은 비슷한 감정을 발신(發信)하는 점들을 연결했을 때

그려지는 가상의 지도

'공감대'란 그런 것일 수 있지 않을까요.(P.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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