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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성혜영 | 2015.10.02 07:21 | 조회 940

-2015년 9월 2일

-정병준 지음

-돌베게

 

  이 책은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의 저자 이권우 선생님이 올해 6월 마하도서관 부모강좌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우리가 이중간첩으로 알고 있는 현앨리스의 간첩에 대한 오명을 벗겨주는 사실조사에 기반으로 내용으로 "한국 인문학 서적의 백미"라고 추천해 주신 책이다. 

부록으로 참고자료와 동시대에 실존했던 인물들의 인터뷰형식 증언과 각종 출입국 관리국의 기록등의 주석정리를 보면서 현 앨리스에 조사에 대한 작가의 작가의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작가는 현앨리스의 동선에 기초로 하여 세계각국을 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하였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로 하되, 그 시대적 세계정황과 한 인간의 내면의 변화에 대한 작가의 추정이 정확하게 구분하여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으로 현앨리스라는 인물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제 4장. 서울로의 짧은 귀환

  이들은 짧은 해방을 맛보았고, 깊은 자절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자신들의 소중한 신념 그리고 그에 기초한 행위와 삶이 부정당했다고 느끼자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되었다. 인식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불러오고, 신념과 확신에 찬 결정일수록 더욱 격렬한 반응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역사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경우 한 개인이 이를 홀로 거슬러 헤쳐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P. 179)

 

-제 7장. 파국: 박헌영 간첩사건에 휘말리다

  자료에 근거한다면 1953년 2~3월 남로당 간부에 대한 대대적 검거가 이루어지기 전에 현앨리스와 이사민은 외무성, 조선전극 등의 기관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북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을 가능성, 북한이 이들을 미국의 공작원으로 의심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미국의 공작원으로 입북했으며 공작원으로 활동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현앨리스가 당면한 파국적 종말은 그녀가 선택한 운명의 귀결이었을지 모른다. 분단과 전쟁, 권력투쟁, 음모와 공작이 뒤엉킨 한국 현대사의 우여곡절은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한 여성의 삶을 파탄으로 종결지었던 것이다.

  현앨리스와 이사민의 최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수 없다. 1953년 남로당 재판과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남로당의 핵심인물 이승엽, 임화, 박승원, 배철 등이 1955년 박헌영 재판에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처형되었거나 고문치사를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앨리스의 경우 박헌영을 미국과 연결시킬 수 있는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에 1953년~1955년 사이에 처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55년 재판 과정에서 현앨리스를 묘사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혐의와 배경정보들이 쏟아진 것으로 미루어 북한당국은 1955년 재판때 까지 그녀를 살려 두었을 것이다. (P. 310~311)

 

-에필로그. 어떤죽음

  1948년 체코에 도착한 웰링턴은 1963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만 15년간 체코에 거주했다. 1949년부터 1955년까지 그는 프라하 찰스대학 의대를 다녔고, 마침내 소망하던 외과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원하던 북한에 들어가 어머니와 합류할 수 없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곳에서는 외삼촌들이 청문회에 소환되어 공산주의자냐는 힐문을 당하는 동시에 추방절차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출생의 시민권을 보유한 미국이나 정신의 모국으로 지향하던 북한 그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고,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그는 냉전이 뿜어내는 극한의 냉기에 완벽하게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가 발을 붙인 체코에서 삶은 생존을 위한 고투 그 자체였다. 1956년부터 1963년까지 그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여러지역에서 의사와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체코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딸을 두었으나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비극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체코에서의 웰링턴의 삶을 간단히 복기할 차례다.(P, 376~377)

 

-에필로그.

  현 앨리스는 1903년 어머니의 태중에 실려 제물포항을 떠날 때 자신과 가족들이 겪게될 진정한 대항해애의 시대를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한국 근현대와 세계가 마주치는 경계면을 따라 부평초처럼 떠돌았고, 세계 질서의 변화에 따라 인생행로가 뒤바뀌었다. 그녀는 서울, 하와이, 일본,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로스앤젤레스, 프라하, 부다페스타, 평양으로 전전했고, 그에 따라 인생의 굴곡이 만들어졌다.

  그녀는 한국을 찾아 일생을 보냈으나 파랑새의 동화처럼 진정한 한국은 끝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상과 고향을 추구했고, 그 어느 곳에도 깃들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했다.

  그녀는 일본제국의 신민, 미국의 시민, 남한의 국민, 북한의 공민 중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이질적이고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어디에도 동화되지 않고, 어디에도 귀속될수 없는 그녀의 정체성과 부동하는 경계적 삶은 결국 그녀에게 스파이의 굴레를 씌웠다. 일본의 입장에서 그녀는 '위험한 좌익 혁명분자' 였고, 미군정의 눈에는 좌익과 소통하는 '악마적 존재'로 비쳤으며, 북한에서는 '미제국주의의 고용간첩'으로 낙이찍혔다. 한국 근현대사의 경로는 그녀의 한몸에 다중적이고 역설적인 정체성을 가요했다. 현앨리스를 투과한 근현대의 빛은 공존 불가능한 극단적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한국 현대사는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한 여성의 치얄했던 삶을 스파이의 우극으로 마멸시켰지만, 미래 한국은 묘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그 삶이 전하는 역사적 울림에 좀더 진지하고 관대한 성찰을 갖게될 것이다. (표지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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