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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법정

성혜영 | 2015.10.07 18:14 | 조회 836

-2015년 10월 7일

-조병선 지음

-뮤직트리

 

  명절을 보내면서 이래저래 밑줄 독서모임을 한주 쉬면서, 10월을 첫주에 만난 밑줄독서모임 회원들

이번주 클래식 법정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에 클래식음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궁합이 잘 맞았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는 독일 유학 시절 형법을 공부한 법학도였으나, 유년 시절부터 클래식음악을 좋아하여 말 그대로 취미가 전공과 잘 융합된 결과이다. '법과 음악'을 주제로 특강을 주로 하면서 2013~14년 일년 남짓 KBS클래식 FM<당신의 밤과 음악>의 수요일 코너 '클래식 법정'을 진행했고, 월간 <피아노 음악>, 계간 <수필>등에 음악칼럼을 기고했다.  

  이 책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아니면 다소 생소한) 여러 위대한 클래식 음악의 대가들의 법정 소송 내용을 토대로 씌여진 에피소드이다. 당시의 법정 기록들을 토대로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을 재조명하고, 법을 통해서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들어가면서>

클래식 음악과 법, 의외로 둘 사이의 공통점이 많다.

  첫째. 법과 클래식음악 모두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법에서는 법조문에 실제 사건을 적용해야 하므로 글자로 쓰인 법조문을 '법의목적'(특히 형법에서는 보호법익')또는 '입법자의 의도'를 기준으로 해석한다.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에서도 실제 악보를 연주하면서 '작곡자의 지향점' 또는 '악곡의 의도'를 헤아려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법이나 클래식이나 공히 법조문이나 악보의 원의도가 무엇인지 여러 방법론을 통해서 접근하는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중략>

  둘째, 법과 클래식은 해석의 공통점을 통해 '법의 정신'과 '음악의 정신'을 지향한다. 바로 첫쨰 공통점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둘쨰의 공통점이 도출된다. 법과 클래식 모두 인간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정의감 없는 법률가에게 법은 수단으로 전락하듯 영혼 없는 음악가에게 음악은 그저 생활의 방편이 될 뿐이다. <중략>

  셋째, 클래식음악과 법은 그것들이 절실한 사람에게 위로를 준다. 그저 행복한 사람에게 음악은 호사스러운 취미에 지나지 않듯이 법도 사회적 강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되고, 음악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보듬어줄 수단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법과 음악은 약자의 편에 서야 옳다.

 

-Case 1. 리스트

 교회법 때문에 좌절된 세기의 사랑

  리스트와 카롤리네의 결혼과정은 법적으로도 많은반전을 거듭하며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게다가 그 자료인 로마교황청의 종교재판 기록이 모두 라틴어인데다 아예 공개되지 않은 문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든 자료를 평생 수집하면서 정리한 음악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앨런워크이다. 미국 리스트 협회의 연구 시리즈 제 1권으로 1991년 출간된 워크의 연구서<리스트, 칼롤리네, 그리고 바티칸-좌절된 결혼이야기>는 무척이나 경이로운 결과물이다. 모두 라틴어로 되어 있는 자료를 가브리엘 에라스미가 영어로 번역한 덕분에 워커는 이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법학 교수인 필자가 봐도 이만한 자료를 상세하고 치밀하게 정리한 연구서가 있다는 것이 경탄스럽다. 이연구서에 감동을 받은 필자는 더 중요한 자료가 있을까 하여 수집에 몰두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독일에서 입수한 리리스트와 카롤리네의 결혼 소송 자료들을 검토하던 중 카롤리네의 사진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라기보다는 지성미를 갖춘 강렬한 이미지의 여성으로 보였다.(리스트가 연예인 같은 미모를 추구하지 않았음을 알고 안도감을 느꼈음은 물론이다.) 이 매력적인 여인이 리스트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스물 여덟 살, 그는 서른 다섯살이다. 카롤리네는 당시 유부녀였지만 훨씬 전부터 남편과 완전히 별거 상태였다. 그녀의 대농장은 앞서 언급했듯 원래는 폴란드 땅에 속해 있었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한 뒤 러시아에 속하게 된 영토 였다. 농장이 러시아에 귀속된 후에도 이바노비치 가문은 영지의 농노들이 믿는 러시아 정교 신앙을 존중해주면서 대대로 뼛속 깊이 믿어 온 로마카톨릭 신앙을 지켰다. 그런데 이 종교가 나중에 리스트와 카롤리네의 운명을 갈라 놓는 역할을 하게 된다.(P. 20~21)

 

-Case 14. 바그너

  범죄로 점철된 삶에서 태어난 초월의 음악

  축제 극장 옆에 지어진 바그너 저택의 이름은 '반프리트'다. '반'이 '망상'에 가까운 말이라면 '프리트'는 해방됨을 뜻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반프리트'는 망상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의미가 된다. 스스로 지은 이름임을 고려해 볼 때 바가너는 자신이 '망상'속에 살고 있음을 깨달은 듯하다. 독일 형법에서 현실을 자각한지 못 한 채 그냥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고 생각하고 저지르는 이를 '환각범'으로 부르는데, 그들은 원칙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마법의 주문을 걸어 사람을 살해 할 수 있다고 믿고 살인 주문을 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필자에게는 '반프르트'라는 이름이 이율배반적 표현으로 보인다. 바그너는 망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으면서도 평생 그 속에 머물렀던 자신의 모순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경제적 측면을 무시한 채 어떻게 26년간 한 작품에 매달릴 수 있단 말인가? 무일푼의 처지에 어떻게 거대한 축제 극장을 지을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 26 년 후에 나올 작품에 대해 누군가가 생활비를 대주면서 까지 지원해 주리라 믿었던 그 뻔뻔함이 참으로 놀랍다. 보통 사람의 눈에 남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도 너무다 당당했던 바그너는 예나 지금이나 염치 없는 인간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망상 속에서 살기에는 너무 현실적인 우리로선 그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망상' 자체를 비난하지 말자. 망상속에서 평생을 보낸 바그너는 1883년 2월 13일 베네치아 여행 중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P. 166)

 

-Case 16. 앤드루 로이드 웨버

  클래식에셔의 표절 논쟁

  음악은 음표의 단순한 소리를 넘어 영혼을 다루는 예술이기 때문에 표절로는 우리를 감동시킬수 없다. 슈니트케의 폴릭스타일리즘이 아닌 이상, 비교적 충분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악상이 표현되는 클래식 음악에서는 표절로는 제대로된 논리적 구성을 이루어 낼 수가 없다. 반면 비교적 제한된 시간 속에서 악상을 표현하는 대중음악은 짧은 악상의 멜로디로 구성되다 보니 표절시비가 많은 편이다. 사실 표절 시비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표절 자체보다는 작곡가의 내면에 표절릐 의도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표절 여부 이전에 이미 그 음악은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작권 논쟁 뒤에 숨은 전통을 안다면, 우리는 표절을 멀리하고 영혼을 울리는 음악본연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P.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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