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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

성혜영 | 2016.01.01 07:21 | 조회 785

-2015년 12월 5일

-사노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사노요코는 "100만 번 산 고양이" 그림책 작가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이다.

 

 책 서문에 그녀는 말한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도 내안에 많은 내가 있다는 것에 고민하고 있다. 작가 또한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아주 시크하게 인생을 살고있다.

  그녀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며, 주관이 뚜렷하고 한편으로 뻔뻔하면서도 귀여운 할머니라고 생각이 든다. 나도 취향이 뚜렷한 그녀처럼 나이들고프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눈을 떴더니 몸이 씹다 버리기 직전의 추잉 껌처럼 이불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피로라는 말을 몰랐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쿨쿨 잠이 들었고, 도중에 누가 깨우면 짜증이 났다. 자는 동안 가족들이 나 몰래 맛있는 음식을 먹은게 틀림없다고 굳게 믿었다. 아침이 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젊은 시절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피로가 풀렸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자 무리하면 근육이 다음날 부터 저려왔다.

  점 더 나이 들고 보니 이틀이 지나서야 근육이 욱신거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한 친구는 술을 마신 이틀 후에 숙취가 생긴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노인이 아닌가.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노인이 굼뜬건 늙어서 그렇겠거니 싶었는데 속사정이 이랬다니. 그리고 나서 익숙해졌다. 오늘의 피로는 일주일 묵은 것이다.(P. 110)

 

-괜찮을까. 돈도 드는데

  나는 이웃나라가 무서워서 모처럼 시작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이웃 나라는 잊고 지냈다. 이웃나라가 텔레비젼에 나올 때는 교과서 문제니 야스쿠니 신사니 사죄니 차별이니 하는 일들로 머리를 들 수 없었다. 서울에도 가봤으면서, 욘사마가 나타날 때가지 이웃나라는 내게 색깔이 없었다. 흑백이라는 색조차 없었다. 생각하면 오로지 마음이 무겁고 좌불안석이었다. 이웃 나라는 두꺼운 솔로 빈틈없이 먹칠한 색깔이었다. (P. 132)

<중략>

  한국인 친구는 말했다. 삼팔선은 공산주의로부터 일본을 지켜주고 있다고. 게다가 일본은 한국전쟁을 크게 한몫 보기까지 했다.

  "한국은 한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의 정은 내부로 향해있고 애증도 그 안에서 소비되니까 외부로 나갈 여력이 없는 것이다. 북한도 남한도 한 민족의 애증이 내부에서 부딪히는 거겠지. 한국인이 들으면 큰일 날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P. 137)

 

-생활의 발견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 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 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는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로서 지금껏 오기라도 절대로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쓸데 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그러나 나를 시기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요코한텐 재규어가 안 어울려." 어째서냐. 내가 빈농의 자식이라서 그런가. 억울하면 너도 사면 되잖아. 빨리 죽으면 살수 있다고. 나는 일흔에 죽는게 꿈이었다. 신은 존재한다. 나는 틀림없이 착한 아이였던 것이다.

  산지 일주일 만에 재규어는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주차가 서투른데 우리 집 주차장은 좁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해졌을 뿐만 아니라 까마귀가 보닛 위에 매일 또을 쌌다.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수가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P. 2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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