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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않은 자와 구조된 자

성혜영 | 2015.08.19 18:00 | 조회 816

-2015년 5월 13일

-프리모 레리 지음/ 이소영 옮김

-돌베개

 

"아우슈비치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사람들은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라 알기를 거부한다.

레비는 아우슈비츠 경험에서 나치에 한정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위기를 보았다. 내가 지금도 이 책을 꺼내는 것은 안이한 '희망'에 눔멀고 싶지 않아서다. <서경식>

 

-1. 상처의 기억

  인간의 기억은 놀라운 도구인 동시에 속이기 쉬운 도구이다. 이는 새로울 게 없는 진실로, 굳이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자신과 주변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읻. 우리 안에 누워 있는 기억은 돌위에 새개진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워지고 종종 변형되며 심지어 상관없는 일들을 껴 넣으면서 자라나기도 한다. 판사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동일한 사건의 두 목격자가 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또 같은 말로 묘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비록 그 사건이 최근에 일어났거나 두 목격자 중 누구도 그것을 왜곡 시킬 개인적 이해 관계가 없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기억의 이러한 빈약한 신뢰성은 기억이 어떤 언어로, 어떤 문자로, 어디에 어떤 펜으로 적히는지 않게 될 떄에만 비로서 만족스럽게 설명될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이 목표에서 멀리 떨여져 있다. 대뇌의 외상 외에도 여러 트라우마들, '경쟁적인' 다른 기억들의 간섭, 의식의 비정상적인 상태, 억제 , 억압 등, 특수한 조건 속에서 기억을 왜곡시키는 몇몇 기제들은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느린 퇴락 현상, 윤곽의 흐려짐과 같은 생리학적인 망각은 정상적인 조건들 속에서도 가동 중이며, 이것에 저항할 수 있는 기억은 별로 없다. 여기서 자연의 위대한 힘 가운데 하나를 알아볼수 있다. 질서를 무질서로, 젊음을 늙음으로 바꿔놓고 삶을 죽음으로 소멸시키는 바로 그 힘 말이다. 자주 쓰는 근육이 능률적으로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습이 기억을 생생히 살아 있게 유지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너무 빈번하게 환기되고 이야기의 형태로 표현되는 기억은 가공되지 않은 기억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것을 양분 삼아 새롭게 자라난다. 그리하여 하나의 정형화된 틀로, 경험에 의해 실험된 형태로, 또 결정화되고 완벽하고 장식된 형태로 고정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극단적 경험들, 곧 희상자들이 받았던 상처의 기억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억의 기록을 지우거나 변형시킬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인들이 작동 중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다. 트라우마를 회상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적어도 피해자의 마음을 심란케 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을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 기억을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상처를 준 사람은 그 기억으로 부터 해방되고 자신의 죄의식을 덜기 위해 마음 깊숙이 그 기억을 몰아내 버린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현상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희생자와 압제자 사이에 놓인 역설적인 유사성에 주목하게 된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양자는 같은 덫에 걸려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덫을 준비하고 또 튀어 오르게 만든 사람은 오직 압제자 자신이다. 따라서 압제자가 괴로워한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희생자가 괴로움을 겪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가? 수십년이 지나도록 희생자는 고통 속에 괴로워 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다시 한번 그 상처는 치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P. 23~25)

 

-3. 수치

  해방 후(종종 해방된 직후에) 일어난 자살의 많은 경우들은 이와 같이 몸을 돌려 "위험한 물"을 바라보는데서 기인했다고 나는 믿고 있다. 해방은 어쩃든, 반성과 우울함이라는 해일과 함께 찾아온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비에트 수용소들을 포함해서 라거를 연구하는 많은 역사학자들은, 포로생활 도중에 자살이 일어난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에 동일하게 주목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시도되었다. 나는 세가지 해석을 제시하는 데, 이 해석들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첫쨰, 자살은 동물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라는 점이다. 즉, 심사숙고한 행위이고, 자연스럽지도 않고 충동적이지도 않은 하나의 선택이다. 라거에서의 선택의 기회가 별로 없었고 노예가 된 동물처럼 살았다. 동물들은 종종 죽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는 해도 자살하지는 않는다. 둘째, 흔히 말하듯이, "생각할 다른 일이 있었다." 는 점이다. 하루일과는 빡빡했다. 허기를 채우고, 어떤 식으로든 피로와 추위를 피하고 구타를 피할 생각을 해야 했다. 늘 코앞에 닥쳐 온 죽음 떄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제노의 의식]에서 스베보의 고찰은 거친 진실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아버지의 임종을 무자비하게 그리고 있다. "사람이 죽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는것 말고 전혀 다른 할 일이 있지. 유기체인 그의 온몸은 호흡에 전념하고 있었지." 셋째, 대부분의 경우, 자살은 어떤 형벌도 덜어주지 못한 죄책감에서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처럼 포로생활의 힘겨움은 형벌로 인식되었고 죄책감은(형벌이 있다면 죄가 있다는 것이므로) 해방 후에 다시 나타나기 위해 제 2선으로 밀려나 있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어떤 죄(진짜 죄든 추정적인죄든간에)로 인해 매일 고통당함으로써 이미 속죄를 하고 있는 마당에 자살로 자기 자신을 벌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P. 88~89)

 

-5. 쓸데없는 폭력

  "그들을 어차피 다 죽일 것이었는데...굴욕감ㅇ르 주고 잔혹행위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요?" 쉬셀도르프의 감옥에서 종신형에 처해 있던 슈탕글에게 작가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사람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그들에게 자신들이 하고 있었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다른 말로 하자면 희생자는 죽기 전에 인간 이하로 비하되어야 했다. 죽는 자가 자신의 죄의 무게를 덜 느끼게끔 말이다. 이것으 전혀 터무니 없는 설명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쓸데없는 폭력의 유일한 유용성이라고 하늘에 외치고 있다. (P.152)

 

-6. 아우슈비츠의 지식인

  그렇다면 지식인이라는 것이 아우슈비츠에서는 유리한가, 아니면 불리한가?

  <중략>

  (오늘날 나는 '지식인'일지도 모르겠다. 이 용어가 내게 막연한 불편함을 주긴 하지만, 도덕적 미성숙함과 무지함, 생경함 때문에 당시에 나는 지식인이 물론 아니었다. 내그 나중에 지식인이 되었다면 역설적이게도 바로 라거의 경험 덕분이다.) 나는 이 용어의 범위를 일상의 직업과 상관없이 교양 있는 사람들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교양 있는 사람의 문화는 스스로를 개선하고 성장시키고 쇄신하는 노력 때문에 살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분명 지식의 모든 분야를 계발할수 는 없다 하더라도, 그 어떤 분야의 지식 앞에서도 무관심이나 짜증을 느끼지 않았다.

  어쩃든 그 어떤 정의를 내린다 하더라도 아메리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육체노동이었던 라거의 노동에서, 일반적으로 교양 있는 사람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나빴다. 육체적으로 힘이 모자랐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나 농부였던 자신의 동료들에게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장에 대한 친근함과 단련도 부족했따. 바로 그 엔투뷔어디궁, 곧 잃어버린 존엄에 괴로워했다. (P. 158~160)

  

-8. 독일인들의 편지

내 임무는 이해하는 것,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소수의 중범죄자들이 아니라 그들, 그 국민들, 내가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 자신들 중에서 SS대원으로 차출된 바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 가운데 믿었던 사람들과 믿지 않으면서도 침묵했던 사람들을, 우리의 눈을 또바로 쳐다볼 작은 용기, 우리에게 빵 한 조각을 던져주거나 인각적인 말 한마디를 나지막이 중얼거릴 작은 용기도 없었던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그 분위기를 아주 잘 기업하고 있으며 어떤 편견이나 분노없이 당시의 독일인들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는 아니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장님에 귀머거리, 벙어리였다. 잔혹한 짐승들의 핵 주위에 있는 '불구'의 무리였다. 거의 모두가 비겁했다. (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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