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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성혜영 | 2014.12.24 14:12 | 조회 997

2014년 10월 29일

고미숙, 북드리망

 

-의사 VS 환자

계몽의 파시즘

 하지만 진짜 우울한 일은 따로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탐구할 생각을 도통하지 않는다. 아프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 간다. 다음, 각종 검사를 받는다.  좋은 병원일수록 신체를 아주 정교하게 분활한다. 동시에 체크해야 할 항목들이 엄청나다. 이 세련된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레야 비로서 의사와 마주 앉는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를 보지 않는다. 모니터에 떠 있는 각종 데이터를 읽을 뿐이다. "제발 제 얼굴 좀 보고 이야기 해 주세요!" 암에 걸려서 오래동안 치료를 받았던 한 환자의 걸규다. 처방은 수술 아니면 약물치료, 병의 장소(장기)를 제거하거나 아니면 세균을 박멸하거나. 그러고 끝!

 보시다시피 이 배치는 몹시 불평등 하다. 먼저 병월에 들어가는 순간, 환자의 몸은 분과별로 파편화된다. 몸 전체를 통째로 볼 수 있는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의사 앞에서 환자는 어떤 발언권도 없다. 그저 병증을 호소하고 의사의 처분을 기다리는 '순한 양'애 불과하다. 의사가 교사라면, 환자는 학생이다. 심지어 의사는 사제요. 환자는 죄인이다. 더할 나위없이 계몽적이고 또 파쇼적이다. 정치, 경제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다들 격렬하게 저항 할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어쨰서 이런 식의 '파스즘'을 기꺼이 용납하는 것일까? (p. 18)

 

-성형 천국, 마음 지옥!

 TV 프로그램에 나와 전신 성형을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못생겨서 무시당했다고, 그래서 자신감을 얻고 싶었다고,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건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이미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있는데 남들이야 당연한거 아닌가. 실제로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가족 친지들의 이목구비도 잘 모른다. 이목구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목구비를 만들어 내는 표정과 생기를 보기 때문이다. 표정과 생기는 포착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정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기운의 배치를 바꾸어야 한다. 활발하면서도 여유있게, 그래서 성형은 미친 짓이다. 보톡스만 맞아도 표정이 사라지는데 전신을 다 헤집어 놓으면 대체 무엇으로 소통한단 말인가? 결국 성형ㅇ르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우월감이다. 타인과의 교감이 아니라 인정욕망이다. 전자는 충만감을 생산하지만, 후자는 결핍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선 상처와 번외만이 숙성된다. 성형 천국, 마음 지옥! (p.21)

 

-질병과 죽음

 우리는 질병과 삶, 질병과 건강을 날카롭게 분리한다. 건강은 정상적인 것이고, 아프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태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화 해야 한다고 믿는다. 현대의학은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헌데 이렇게 정상/비정상의 관점으로 다루게 되면, 질병은 곧바로 열등한 것, 불행한 것이 되어 버린다. 아프니까 열등하다. 아프니까 불행하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의학과 자본의 기준일 뿐이다. 생명과 우주의 차원에서 아픈것도 또 다른 과정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원초적으로 장애란 없다! 또 질병과 불행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질병은 생명의 능동적 전략이기도 하다. 아품을 통해서만이 삶의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p.27)

 

-사랑이 어떻게 '안'변하니?

 속된 말로 그 '운명의 커플' 앞에는 두개의 여정이 놓여 있다. -권태 아니면 변태, 전자는 우울증과 각종 신경질환으로, 후자는 불륜과 막장 드라마로, 우리시대 가족의 현주소다.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이류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각자 바쁘게 활동 할 때는 그럭저럭 견디다가 중년을 지난 후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서로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것도 참 역설적이다. 가족간의 대화가 소중하다면 그야말로 대화의 시간이 도래했는데, 왜 서로를 견딜 수 없는 것일까?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황혼이혼이 점차 늘어난다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배후자의 부정 때문 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시간이 되었으므로"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사랑의 무상성'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된 것이다. (p. 77)

 

-여성과 '그림자 노동'

 "그럼, 우리 아이한테 어떤 고전을 읽히면 좋을까요?" 중년 남성들의 질문이 주로 공적이고 거시적인 것을 향해 있다면, 여성들의 질문은 대게 가족의 틀에 갇혀 있다. 고전의 스승들은 말한다. 자신을 구원하는 건 오직 자신 뿐이라고,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고 혼자서 갈 수 있는 자만이 세상과 타인을 배려 할 수 있노라고, 이것이 고전의 지혜이자 비전이라고 말하면 다들 쉽게 수긍한다. 헌데, 그 다음에 곧바로 저런 질문이 나온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왜 모든 시선이 아이로 향하는 것일까? 왜 가족(혹은 모성)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을까?

(중략)

유명한 교욱 혁명가 이반일리히는 일찍이 현대의 주부노동을 "남편으 임금 노동에 가리워진 그림자 노동"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주부 노동에 비해 단지 화폐의 양만 늘어 났을 뿐, 세상을 보는 시선이나 욕망의 배치에 있어서는 별반 달라진 바가 없다. (p.101)

 

-상처도 스펙이다.

 종기를 제거할 때는 인정사정 두지말고 가차없이 짜내야 한다. 그래야 뿌리가 뽑힌다. 마음의 종기도 마찬가지이다. 상처의 언저리만 건드리지 말고 가차없이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  온상을 보다시피 '모성', 그리고 모성을 둘러싼 가족주의다. 헌신과 배려, 희생과 자책감 등 모성을 둘러싼 표상들은 대부분 20세기 이후 권력과 자본에 의해 구성된 것들이다. 이 '만드어진' 모성을 전제하는 한 모든 이들은 결핍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중국 문학의 대가 뤼쉰은 한 잡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자애로운 엄마가 있는 것이 행복할 지라도, 그렇다고 어미없는 자식이 되었다 해서 전적으로 불행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거꾸로 더욱더 용감하고 장애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남아로 자랄지로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삶은 결코 단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상처 또한 스펙처럼 쌓이고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그그서은 '천개의 길, 천개의 고원'을 향해 열려 있다. (p.115)

 

-대기만성의 원리

 수명이나 기질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는 호흡이다. 븐노를 다스려라. 마음을 비우라 등과 같은 양생술도 거기에서 비롯한다. 이런 이치에서 보자면, 뭔가를 빨리, 극서도 순전히 타율적으로 주입하게 되면 그 순간 아이들의 호흡은 가빠지게 된다. 당영히 그것은 점점 작아진다. 요컨데 <동의보감>이 말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대기는 만성이라는 것, 그것이 생명과 자연의 이치라는 것, 아이들을 괴물이 아니라 '용'으로 키우고 싶다면, 부디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p.154)

 

-인테리어와 담음

 사는(living) '곳'이 아니라 사는(buying) '것'으로서 그 결과 전국 곳곳이 아파트 천국이 되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아파트는 천국보다 지옥에 더 가깝다.

 먼저, 사방이 꽉 막힌 형태라 이웃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친지들이 편하게 드나들기도 쉽지 않다. 결국 거주자는 3인 아니면 4인 가족이 전부다. 게다가 이 가족들 조차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럼 그 넓은 평수응 대체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다름아닌 인테리어다. 인테리어야 말로 아파트의 '진정한' 주인이다.

 20세기 초 독일의 한 작가는 아파트를 보고 두 가지 장면을 투시했다. 아침이면 모두가 같은 모양의 변기에 앉아 배설하는 장면, 그리고 밤이면 모두가 같은 침실, 같은 침대 위에서 비슷한 스타일로 섹스하는 장면 '헐!' 어디 변기와 침대만 그렇겠는가. 소파와 장롱, 싱크대와 식탁, 대형 tv와 오디오 등등. 비슷비슷한 가구들이 집안 곳곳을 꽉 채우고 있다. 이쯤이면 '가구 토테미즘'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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