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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것이 아름답다

성혜영 | 2014.12.24 14:30 | 조회 931

2014년 11월 5일

최순우, 학고재

 

-모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반려 없이 보는 아룸다움은 때로는 아픔이며, 떄로는 외로움과 호젓함이며, 때로는 그 의미를 잃는다. 사랑을 잃은 사람의 눈에 세상이 빛을 잃어 보이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공감하는 사람끼리 그처럼 아름답게 바라보던 자연과 조형작품이 어느날 하루 아침에 허망해 보인다는 것은 아룸다움이 그처럼 외로움을 잘 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더불어 함꼐 차 한잔을 즐겁게 마실수 있는 상대, 그것은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p.18)

 

-핏줄에서 태어난 안목

 흔히 하는 말이지만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느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단지 조형미에만 닿는 말은 아니지만, 안목이라는 추상적인 말의 의미는 분명히 백과사전처럼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보다 깊고  높게 느끼고 바로 판단 할 수 있는 눈의 소유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높고 깊은 감성과 올바른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야 하는 문제 또한 매우 모호한 일이다.

 하지만 꾀꼬리의 노래와 카나리아의 노래가 모두 아름답지만 그 지니는 특성이 다른것 처럼, 그리고 동양란과 서양란이 모두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그 미의 방향이 다른 것 처럼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서 또는 그 태어난 핏줄과 환경에 따라서 아름다움을 꿰뚫어 보는 관점과 색다른 조형의 아름다움을 지어 낼 수 있는 창조력을 제각기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완당(김정호의 호)의 조형이 있는가 하면 석파(홍선대원군 이하응의 호)의 안목이 있으며, 미불(1051~1107, 북송 때)의 안목이 있는가 하면 석도(1641~?, 청나라 초기의 화가)의 조형이 있고,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그에 못지 않게 혁신적인 의미를 지닌 총초의 양주파 작가들이 있는 것이다. (p. 31)

 

-수화  김환기 형을 생각하니

 어느해인가, 그가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와 귀국전을 가졌을 때 그는 나에게 은근히 화평을 해달라고 했고, 나는 그때 '블란스 물을 잠시만 마시고 와도 모두 그림들이 홱 바뀌는데 수화 그림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나는 좋다.' 라고 했더니 그는 그말에 의기 투합해서 "기실은 블란서에 가서 나의 개인전을 갖기 전까지는 그곳 작가들 그림에 물들까봐 전람회 구경도 안다니고 나를 지키느라 애를 썼다" 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p.114)

 

-장욱진, 분명한 신념과 맑은 시심

 "장선생은 도와드릴 건 아무것도 없어요. 혼자 하시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것 뿐이예요. 그분이 남이 안하거나 못하는 일을 멋대로 하실 수 있도록 바라볼 뿐이예요. 무엇보다 괴로울 때는 그분이 작품이 안되고 내무의 갈등이 심해지먄 스무날이고 꼬박 술만 드실 때입니다. 그때는 소금조차도 한번 안 찍어 잡수지요. 술로 생사의 기로에서 헤맬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숫돌에 몸을 가는 것 같은 소모, 그 후에는 다시 캔버스에 밤낮 없이 몰두 하시지요. 옆에서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렇게 뼈를 깎고 살을 저며내는 시련 속에서 장욱진은 투철하게 그의 예술과 인생을 가늠해 온것을 나 자신도 즐 먼발치로 바라보고는 했다. 찾아가 보고 싶을 때가 있어도 참아야 할 때가 있었고, 아는 체를 안해야 한다고 판단 했을 때는 짐짓 무관심한 척하기도 했다. 부인이나 따님들이 장화백을 아끼는 간절한 소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는 장욱진이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 울 수 있었고 마음이 느긋할 수 도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아낀다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가를 나는 장화백 부인에게서 지금도 절절하게 교시 받고 있다고, 혼자 맘 속으로 다시금 뇌까려 보고 있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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