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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성혜영 | 2017.01.11 17:21 | 조회 1153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6년 11월 16일

 

 

  2014년 만해문학상 수상작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가 대표작

  올해는 한강에 대한 그녀의 프로필에 수상경력이 한줄 더 덧붙이고 있다.

  그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수장작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중 밑줄 모임에서는 광주사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의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 일수 있다. 한국 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드는 기막힌 무언가가 있었다.

 

-검은 숨

  그때 너는 죽었어.

그게 어디인지 모르면서, 네가 죽은 순간만을 나는 느꼈어.

빛이 없는 허공으로 번지며 나는 위로, 더 위로 올라갔어. 캄캄했어. 도시의 어느 방향으로도, 어느 구역, 어느 집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어. 눈부신 불꽃들이 뿜어져 나오는 곳은 멀리 있는 한 지점뿐이었어. 연달아 쏘아 올려 지는 조명탄 불빛들을, 번쩍이며 흩튀는 총신들의 불꽃을 나는 봤어.

그때 그곳을 가야 했을까. 그곳으로 힘차게 날아갔다면 너를, 방금 네 몸에서 뛰쳐나온 놀란 너를 만날 수 있었을까. 여전히 눈에서 피가 흐른 채. 서서히 조여 오는 거대한 얼음 같은 새벽 빛 속에서 나는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었어. (P. 64)

 

-일곱개의 뺨

  저 고기 안 좋아하잖아요.

  그렇지, 김양은 고기 안 좋아하지.

  편집장이 거푸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 불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순간을 견디지 못했다.

  살점 위에 피와 육즙이 고이면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있는 생선을 구울 때는 눈을 감았다.

  프라이팬에 달궈지며 얼었던 눈동자에 물기가 맺히고, 벌어진 입에서 희끗한 진물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 죽은 물고기가 뭔가를 말하려 하는 것 같은 순간을 외면했다. (P. 72)

 

 

-쇠와 피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P. 114)

   두 사람이 주고받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그 아이가 초등학교만 마치고 삼 년째 외삼촌의 목공소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두 살 많은 외 사촌형을 따라 시민군에 들어갔는데, 형은 마지막 새벽 YMCA에서 죽고 혼자 잡혀왔다고 했습니다. 카, 카스테라가 제, 제, 제일 머, 먹고 싶어요. 사, 사이다하고 가, 같이. 외사촌이 죽던 이야기를 하면서도 울지 않던 그 아이는, 뭐가 먹고 싶으냐는 말에 주먹으로 눈언저리를 문지르며 대답했습니다. 눈을 문지르지 않는 그 아이의 왼 주먹, 꽉 움켜진 그 손가락들 사이에 약솜이 끼워져 있는 것을 나는 묵묵히 바라봤습니다. (P. 120)

   베트남전에 파견됐던 시골 마을회관에 여자들과 아이들, 노인들을 모아 놓고 모두 불태워 죽였다지요. 그런 일들을 전시에 행한 뒤 포상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중 일부가 그 기억을 지니고 우리들을 죽이러 온 겁니다. 제주도에서, 관동과 난징에서, 보스니아에서, 모든 신대륙에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P. 134~135)

 

-밤의 눈동자

   내가 집으로 가라고 했다면, 김밥을 나눠 먹고 일어서면서 그렇게 당부했다면 너는 남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그래서 나에게 오곤 하는 거야?

왜 아직 내가 살아 있는지 물으려고.

예리한 것으로 거푸 그러 붉은 선이 그어진 것 같은 눈으로 당신은 걷는다. 응급실의 불빛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다. (P. 176~177)

 

-눈 덮인 램프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 올려 상대를 마주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 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P.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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