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신청
  • 도서관견학 신청
  • 자원봉사 신청

도서목록

울지 않는 늑대

성혜영 | 2017.01.11 17:21 | 조회 1059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게

-2016년 11월 23일

 

   이 책은 밑줄 독서모임의 정신적 지주이신 여희숙 선생님의 책 목록 중 한권이다. 읽는 동안 한 장의 투명한 수채화를 보는 듯 했으며 혼탁해진 정신을 맑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팔리 모왓은 캐나다 최고의 작가이자 자연학자로서 50년 동안 환경과동물의 권리에 천착하여 글을 써왔다. 1921년 온타리오의 벨르빌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자연세계와 동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때 체험한 자연과의 교감은 평생 그를 지탱시켜 주었다.

 

   작가가 북극 늑대와 1년여를 함께 지낸 생활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늑대의 삶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이자,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 독특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문명 비판서이다.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야생 특대의 숨겨진 진실, 문명 맹신자이자 자연 파괴자인 인간 자신에 대한 풍자, 자연의 진실 앞에서 깨닫는 서늘한 각성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우리가 이제껏 믿어왔던 늑대에 대한 신화, 즉 포악한 약탈자이자 킬러라는 이미지를 이 책은 거침없이 뒤집는다.

 

-감시자가 감시당하다

   녀석들은 꽤 느긋하고 편안한 기분인 것 같았다. 내 등 뒤에서 몇 시간을 앉아서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덩치 있는 수놈은 좀 따분해 하는 듯했다. 그런데 암놈의 눈은 내가 보기에 스스럼없으며 심지어 밝히는 듯싶은 호기심으로 나를 골똘히 보고 있었다.

인간의 정신은 정말 놀라운 것이다. 다른 상황 같았으면 완전히 공포에 휩쓸렸을 것이며, 그걸 나무랄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그러나 이번은 평범한 상황이 아니었으며 내 방응도 일종의 격한 분노였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늑대들에게 등을 돌린 채, 분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둘러 바지 단추를 채웠다. 위엄은 아닐지라도 품위는 되찾을 때, 나는 스스로도 놀랄만한 신랄함으로 녀석들을 나무랐다.(P. 74~75)

 

-앨버트 아저씨는 멋쟁이

   밤샘 6일째 아침이 밝아올 대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었다. 앤젤린과 꼬마들은 좋은 날씨를 마음껏 즐겼다. 모두 굴을 떠나 가까운 모래 둔덕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새벽 3시 였는데)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꼬마들은 신이 나서 엄마를 가만두지 않았다. 사람의 어미였다면 틀림없이 히스테리를 부렸을 것이다. 녀석들은 배가 고팠고 장난기로 가득 차 있기도 했다. 두 녀석이 앤젤린의 꼬리를 물어뜯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더니, 엄마의 털이 눈보라처럼 휘날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도록 서로 다투어 깨물었다. 나머지 두 녀석은 그녀의귀를 떼어버리려고 온 힘을 다 쓰고 있었다.

앤젤린은 한 시간 가량을 얌전히 참을성 있게 견디고 있었다. 그러다가 애처롭게 부스스한 몰골이 되어 꼬리에 걸터앉아, 온통 할퀸 머리를 다리 사이에 처박은 채 자신을 방어하려 했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꼬마들은 엄마의 발을 하나씩 붙잡고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황야의 악마 킬러가, 자기 발과 꼬리와 머리를 한 번에 그리고 동시에 방어하고 있는 장관을 보는 대접을 받고 있었다. (P. 95~96)

 

-길게 자라나는 벌레

   "순록이 늑대를 먹여 살려. 하지만 순록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건 늑대야. 특대가 없다면 순록도 금방 없어져버릴 건 뻔한 사실이야. 나약함이 퍼져서 모두 죽을 테니까.“

우텍이 또한 강조한 사실은, 사냥에 일단 한번 성공하고 나면 늑대들은 더 이상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먹이 공급이 완전히 끊어져 배고픔 때문에 다시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늑대는 무엇이든 다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칠 줄 모르는 피에 대한 굶주림에 따라 자기 영역 내에 든 것은 무엇이든지 도살한다고 믿어온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사실들은 고상하게 여겨졌다. (P. 191~192)

 

-늑대 한 마리를 죽이면

   인간은 아무 생각 없이 동물학살(다른 인간을 포함하여) 자행하는 때와 곳마다, 자기들이 죽이는 대상에 대하여 가장 악독하고 혐오스러운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종종 자기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려고 해왔다. 학살의 명분이 모자랄수록 흑색선전은 더 심했다. (P. 223)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

   담대함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거무스름한 북녘 하늘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다시 떨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분노가 아니라 추위 때문이었다. 화가 풀리면서 사건의 여파로 온 몸의 맥이 빠져버렸다. 나의 분노는 두려움이 낳은 적개심에서 온 것이었다. 그 적개심은 내 안에서 적나라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인간적 자존심을 참을 수 없도록 우습게 만들어 버린 짐승에 대한 것이었다.

   그 여름 내내 늑대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나 스스로에 대해 배운 것들을 내가 얼마나 쉽게 망각했으면 얼마나 간단하게 부인했는지 깨달으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 나는 굴 바닥에 움츠리고 있던 앤젤린과 그녀의 꼬마를 떠올려 보았다. 그들은 천둥처럼 갑자기 밀려온 비행기를 피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P. 232~233)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88개(1/5페이지)
도서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8 밑줄독서모임_수요일에 만나요~ 사진 첨부파일 관리자 629 2020.06.13 12:08
87 2019년 5월 도서목록입니다 임성연 732 2019.04.30 11:59
86 2018~2019 밑줄독서모임 목록입니다. 임성연 755 2019.04.07 16:03
85 2017년상반기 밑줄독서모임 목록 첨부파일 이혜림 1242 2017.02.15 19:40
84 성심당 성혜영 1059 2017.01.11 17:26
8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성혜영 1048 2017.01.11 17:25
82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성혜영 1000 2017.01.11 17:24
81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성혜영 1031 2017.01.11 17:23
>> 울지 않는 늑대 성혜영 1060 2017.01.11 17:21
79 소년이 온다 성혜영 1154 2017.01.11 17:21
78 나무야 나무야 성혜영 1039 2017.01.11 17:19
77 안녕? 중국 성혜영 1152 2017.01.11 17:18
76 인생수업 성혜영 964 2017.01.11 17:16
75 원스 어폰어 타임 인 메트로 성혜영 893 2017.01.11 17:14
74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성혜영 963 2017.01.11 17:13
73 그런 일 성혜영 1041 2017.01.11 17:11
72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성혜영 990 2017.01.11 17:10
71 꽃은 많을수록 좋다 성혜영 917 2017.01.11 17:09
70 젊은 예술가의 초상 성혜영 1067 2017.01.11 17:07
69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성혜영 1060 2016.08.10 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