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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성혜영 | 2017.01.11 17:24 | 조회 1015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승효상

-돌베게

-2016년 12월 7일

 

   밑줄 독서모임에서 건축 관련 책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다소 생소한 분야여서 살짝 긴장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엮어서 만든 책이어서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내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사실 건축 관련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오히려 도시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삶에 근간을 둔 건축인문서 라고나 할까?

 

   그는 건축가 이지만 거대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며, 도시는 기억의 박물관이라는 말을 했다. 단일 건축이나 기념비가 갖는 상징적 가치보다는 그 주변에 담겨져 면면히 내려오는 일상의 이야기가 더욱 가치 있고, 시설물이나 건축물의 외형에 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속에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관계가 더 중요하며, 도서와 건축을 완성된 결과물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담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지속되는데 더욱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런 도시는 기억으로 남아 통합된다 라고 한다.

 

   모름지기 좋은 건축가, 좋은 도시 계획가는 땅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이며 좋은 건축, 좋은 도시란 터가 가진 무늬에 새로운 무늬를 덧대어 지난 시절의 무늬와 함께 구 결이 더욱 깊어 가는 곳일 게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칸의 시세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세속적인 나에게 건축과 도시의 가치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당신은 히로시마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개 두 종류인데, 하나는 공학이나 기술로서 건축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로서 건축이다. 좀 더 식견이 있는 척하며 기술과 예술의 접합 점에 있다고도 한다. 대학에서도 건축과는 공과대학 미술대학에 속하는 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이었으니 학문적으로 건축의 상위분류는 기술과 예술이다. 그럴까?

   옳지 않다. 그런 분류를 건축을 시각적 대상으로만 본 결과이다. 즉, 어떻게 이런 큰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기술적 관심과 외부 모양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시각인데, 이 두가지 모두 건축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예컨대 요란한 형태와 색체로 외부를 장식하여 그 내부가 어떤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한 건축을 유명한 건축이 될지는 몰라도 좋은 건축이 되기는 오히려 어렵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우리 삶을 영위하는 내부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며 따라서 그 공간이 더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불행하게 눈에 보이는 물체가 아니어서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다. 우리가 어떤 건축에서 감동을 느낀다면 그것은 거의 다 그 건축 속에 빛이 내려 앉아 빚어진 공간의 특별함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간은 보이지 않는 까닭에 , 남에게 그 감동적 건축을 설명할 때면 대게 천장의 모양이나 벽과 바닥의 장식등을 이야기 할 뿐이어서, 이를 듣는 순간 공간은 사라지고 건축은 잘못 설명되고 만다. 그래서 건축을 어렵다고도 한다.

이 보이지 않는 공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바로 그 건축 속에서 사는 방법과 건축의 분위기, 사건과 역사를 설명하면 된다. 건축 설계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일이다. 따라서 건축 설계를 하는 이들이 해야 하는 우선의 공부는 그 건축 속에서 살 이들의 삶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남의 집을 짓는 일이 고유 직능인 건축가라면 기본적으로 문학이나 영화, 여행을 통해 그들의 삶을 알아야 하고,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위해 역사적이어야 하고, 왜 사는지를 알기 위해 철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건축을 굳이 어떤 장르에 집어넣으려 하면 인문학이라고 나는 주장해 왔다. 물론 기술이나 공학적 요소도 있어야 한고 예술적 성취도 이루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일 뿐 건축을 포괄하지 못한다. 인류가 시작되어 집이 먼저 생겼지 기술이나 예술이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님을 상기하시라. (P. 29~30)

  

-터무니 없는 도시, 터무니없는 사회

   그러나 지난 시대 우리는 서양화를 근대화로 착각하며 서양식 도시를 흉내 내고자 서양에서 폐기된 마스터플랜을 가져와 우리 땅에 앉혔다.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지인 우리 땅에서 평지는 귀한 경작지이므로 신도시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실현하기 위해서 산이 있으면 깎고 계곡은 메우고 물길은 돌려야 했다. 엄청난 토목공사를 일으켜 신기루 같은 신도시가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모두가 터에 새겨진 무늬를 깡그리 지운 결과여서 이른바 터무니 없는 도시였다. 특히 아파트가 그러했다. 지형을 바꾸면서 지은 집들이니 터무니 없는 집이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서 터무니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게 말장난일 뿐일까? (P. 73)

 

 

-성찰적 묘역

   그렇다. 묘역에는 죽은 자가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자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거주할 뿐이다. 그러니 묘역은 죽은 자의 공간이 아니라 남은 우리 산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장소며 풍경이다. 그래서 묘역을 찾는 일, 묘지를 가까이 두는 일은 우리 삶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된다. (P. 91)

 

-‘스펙터클의 사회’. 그 보이지 않는 폭력

   윤리는 우리 선조의 덕목이었다. 우리 선조는 집을 지을 때 늘 자연과 건축과 인간 간의 관계를 잇는 고리 역할이었을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서양의 미학으로 따지면 우리 집 형태는 기와집, 초가집뿐 이지만, 윤리를 따진 까닭에 그 공간의 종류와 변조가 무쌍하였다. 그러나 지난시대 우리는 서양화를 근대화로 착각하면서 윤리를 추방하고 서양의 미학에 매진했는데, 이제 그들의 윤리를 새 시대 새로운 화도로 삼는다고 하니 황망하였던 것이다. (P. 117)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예컨대, 오래 산 부부는 닮는다고 한다. 서로 달리 살면 사람들이 결혼하여 한 공간에 같이 살면서 그 공간의 규칙에 따르다 보면, 습관과 생각도 바뀌어서 결국 얼굴까지 닮게 된다는 것이다. 수도사들이 산간벽지의 암자나 수도원을 굳이 찾는 이유가 그 작고 검박한 공간이 자신을 번뇌에서 구제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 오랜 걸리고 더디지만 건축은 우리를 바꾼다. 즉 이런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좋은 건축 속에서 살면 좋은 삶이 되고, 나쁜 건축에서는 나쁘게 된다는 것. 이게 맞는다면 , 건축을 통해 인간을 조작하는 일도 가능할 게다. 그래서 옛날부터 절대 권력을 가진 자가 건축을 통해 대중의 심리와 행동을 조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고대에는 신전과 피라미드 등을 지어 민심을 장악했고, 이후 궁전이나 기념탑 같은 건축물도 절대 권력의 영광을 칭송하게 하는 도구로 지어졌다. (P. 121)

 

-우리는 위로 받고 싶다

   1997년, 미테랑 대통령의 문화적인 업적을 이은 프랑스 정부는 2000년까지 무려 3년 동안 ‘2000년 포럼’을 운영하며 21세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논의한다고 하였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우리 한국은 아마도 2000년을 6개월인가 앞두고 ‘새천년 준비 위원회’를 만들며 새 시대를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 기간의 논의를 거친 프랑스는 2000년이 시작되기 전에 21세기 맞이 행사 계획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표한다. “200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지식인의 대학’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매일 토론한다. 과학 기술을 주제로 200여회, 인문과학으로 100여회, 21세기의 장점에 대한 내용으로 60여회를 구성하는 이 토론회는 미테랑 도서관과 퐁피두센터, 과학의 집에서 개최되며 매일 TV로 생중계하고 기록하여 모든 일정을 마치면 책으로 발간하여 보존할 것이다.”

   이 계획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는가? 한국의 대표적 지성이며 문화부 장관을 지낸 분이 당시 준비 위원장 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21세기 맞이 행사로 DMZ에서 레이저를 쏘아대며 불꽃놀이 쇼를 진행한다고 했다. 모멸이었다. 국가 간 품위와 문화의 격차를 확연히 보여주는 순간이었고, 그 어쩔 수 없는 간극의 크기에 나는 절망하였다. (P. 175~176)

 

 

-'빈자의 미학‘을 재론하며

   그러나, 나를 가둔 이 ‘빈자의 미학’이 때로는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그 책에 발문을 쓴 민현식 선배는 나를 근본주의자라고 낙인하며 그렇게 살라고 일렀다. 타협하지 않아야 했으며 내 영역이 아니면 얼씬 거리지 않아야 했고, 나를 더욱 달구기 위해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에게서 등을 돌려야 했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남은 게 무엇일까? 수많은 적들? 비아냥거림과 욕설? 가난한 내 주별들? 아니다. 이런 결과는 오히려 스스로를 다듬게 하는 동기가 되니 감당할 몫이다. 요즘 들어 내가 못 견뎌 하는 것은, 내가 쏟은 말과 글이 누구에게는 상처로 남은 일이다.

좋은 글쓰기가 좋은 건축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글쓰기 자체가 너무도 두려워지니 이제야 주변이 보이는 까닭일까? (P. 21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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