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신청
  • 도서관견학 신청
  • 자원봉사 신청

도서목록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성혜영 | 2017.01.11 17:25 | 조회 1065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2016년 12월 14일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젊은 청춘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인관관계와 그 이후 일상 이야기라면 이번 신작<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결혼한 부부들의 문제와 그 일상을 다룬 이야기이다. 지금 결혼 15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주인공 부부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나의 결혼생활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책속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논의를 펼친다. 육아가 주 업무가 되어버린 지금, 낭만적 결혼 생활이란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지 않은 것 만은 확실하다는 것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1부. 낭만주의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수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P. 28)

 

-2부. 그 후로 오래오래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한명 뿐이다. 그 사람 탓을 하는 건 당연히 부조리 중에서도 부조리다. 하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사랑의 작동법칙을 잘못 이해한 셈이다.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P. 123)

 

   결혼은 라비와 커스틴에게 서로의 성격을 각별히 자세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성인이 된 후로 그 누구도 이토록 한정된 장소와 다양하고도 까다로운 조건-늦은 밤과 멍한 아침에, 업무로 인해 낙담하고 낭패할 때, 친구들에게 실망 할 때, 생활용품들이 없어져 화가 날 때-아래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행동을 조사하고자 이만큼 시간을 들인 적이 없다. (P. 132)

 

   부부는 아이가 다시 잠드는 것을 지켜본다.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고 도비가 옆에서 함께 이불을 덮고 있다. 그들은 한참동안 잠들지 않은 채 가슴 아려한다. 그들의 어린 딸이 성장하면 그들 곁을 떠나 고통을 겪고 거부당하고 비탄에 잠기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간 그녀는 위로를 갈망할 테지만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 진짜 용들이 나타나면 엄마 아빠는 그놈들을 처치할 수가 없다. (P. 162~163)

 

-3부. 아이들

   아이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면, 힘들고 긴 경험이 있어야 축적되는 통찰을 단번에 전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인류는 진보는 성급한 결론을 향한 뿌리깊은 저항에 번번이 가로막힌다. 우리는 인류의 백치 같은 행위들이 담긴 목록을 죄다 재조사하는 일에 관심을 타고나서 걸음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고생하며 광범위하게 기록해놓은 것을 직접 알아내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P. 170)

 

   온 가족이 큰 침대 위에 서로 뒤엉킨 채 누워 있고, 관대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흐르는 안락한 순간이 찾아오면 라비는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자연의 칙령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리라는 걸 의식한다. 칙령은 사춘기의 짜증과 분로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실현된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족의 존속은 젊은 세대가 마침내 위 세대에게 인내심을 잃어버리는 순간들에 의존한다. 그들 네 명이 앞으로 25년 뒤에도 서로 팔다리를 얽은 채 누워 있고 싶어 한다면 이는 비극일 것이다. 에스터와 윌리엄이 집을 떠날 수 있는 원동력을 키우려면 라비와 커스틴이 우스꽝스럽고 구식이고 따분하다고 느끼기 시작해야만 한다. (P. 176)

 

   하루가 끝나면 대게 커스틴은 라비가 만지는 것조차 꺼려한다. 더 이상 그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더 내어주는 모험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다른 사람이 옷을 벗겨주는 것이 특별한 기쁨으로 느껴지려면 먼저 어느 정도는 자발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많은 질문에 대답했고, 작은 발을 너무 여러 번 신발에 욱여넣었으며, 너무 많이 달래고 간청했다. 라비의 손길은 방치했던 내면과의 오래 미뤄둔 교감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이 더 많은 요구로 더 흩어지게 놔두기 보다는 그녀 자신을 단단하고 조용히 붙들고 있고 싶다. 뭐라도 더 추가 된다면 거미집처럼 얇은 사적 존재의 껍질이 부서질 기미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다시 알 기회를 충분히 얻기 전까지는 그녀 자신을 타인에게 주는 것이 전혀 기쁘지 않다. (P. 185)

 

-4부. 외도

   베를린에서 그를 이끈 것은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새롭지만 제한적으로 진입해 결혼 생활의 문제를 회피해보겠다는 갑작스러운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제와 깨닫게 되었듯이, 그런 희망은 허튼 감상에 불과했고 관련도니 모든 사람에게 패배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잔인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희생되지 않는 깔끔한 해결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모험과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순 없다. 그는 어느 쪽의 손실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P. 238)

 

 

-5부. 낭만주의를 넘어서

   ‘회피’와 ‘불안정’은 러브스토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어지남, ‘낭만적’이란 말을 ‘사랑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이란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그 둘은 커스틴과 라비가 마주하는 단어 중 가장 낭만적인 단어일 것이다. 그 덕분에 매일 매일의 결혼 생활에서 그들 사이에 파괴적으로 작용해온 행동 양식들을 파악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P. 261)

 

   라비는 자신이 단 한번 결혼했다는 입장을 고수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언어의 교묘함 덕분이라는 점을 알아본다. 겉으로는 편리하게도 단일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 수많은 진전, 단절, 재협상, 소원한 기간, 감정적 회귀가 깔려 있어 사실상 그는 적어도 열두 번은 이혼과 재혼을 겪어온 셈이다. 오직 한 사람과 말이다. (P. 277)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 질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일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 하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거의 정상적이라는 지위를 계속 확보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이 계획들이 어느 영웅담 못지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P. 293)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88개(1/5페이지)
도서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8 밑줄독서모임_수요일에 만나요~ 사진 첨부파일 관리자 646 2020.06.13 12:08
87 2019년 5월 도서목록입니다 임성연 751 2019.04.30 11:59
86 2018~2019 밑줄독서모임 목록입니다. 임성연 776 2019.04.07 16:03
85 2017년상반기 밑줄독서모임 목록 첨부파일 이혜림 1261 2017.02.15 19:40
84 성심당 성혜영 1069 2017.01.11 17:26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성혜영 1066 2017.01.11 17:25
82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성혜영 1015 2017.01.11 17:24
81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성혜영 1048 2017.01.11 17:23
80 울지 않는 늑대 성혜영 1079 2017.01.11 17:21
79 소년이 온다 성혜영 1167 2017.01.11 17:21
78 나무야 나무야 성혜영 1052 2017.01.11 17:19
77 안녕? 중국 성혜영 1163 2017.01.11 17:18
76 인생수업 성혜영 974 2017.01.11 17:16
75 원스 어폰어 타임 인 메트로 성혜영 912 2017.01.11 17:14
74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성혜영 981 2017.01.11 17:13
73 그런 일 성혜영 1053 2017.01.11 17:11
72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성혜영 1009 2017.01.11 17:10
71 꽃은 많을수록 좋다 성혜영 930 2017.01.11 17:09
70 젊은 예술가의 초상 성혜영 1088 2017.01.11 17:07
69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성혜영 1075 2016.08.10 07:08